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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닷없는 진드기의 습격, 옴(Scabies)

by 놀고싶은날 2025. 5.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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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체와 전파 메커니즘

옴은 사람옴진드기 (Sarcoptes scabiei var. hominis)가 각질층에 굴을 파고 들어가 산란하면서 발생한다. 성충 0.3 ~ 0.4 mm 크기의 미세 절지동물이지만, 암컷 한 마리가 하루 23개의 터널을 뚫어 13개의 알을 낳기 때문에 개체 수가 급격히 늘어난다. 전파는 ① 10분 이상 지속되는 피부 대 피부 접촉(가족·연인 ·간병), ② 옷·침구·수건과 같은 직접 접촉 가능 매개물(fomite)이 핵심이다. 일반 가정 환경에서는 진드기가 2~3일 안에 탈수로 죽지만, 고온 다습한 숙박·요양 시설에서는 생존 기간이 길어져 집단 발병 가능성이 높다.

임상 양상과 합병증

가려움은 감작(hypersensitivity) 후 4 ~ 6주 시점에 시작된다. 야간에 심해지는 소양감이 특징이며, 손가락 사이·손목 굴측·팔꿈치 내측·유두 주변·음부 등에 S자형·구불구불한 터널(burrow)이 관찰된다. 2차 세균 감염이 겹치면 고름 ·농가진으로 진행돼, A군 β‑용혈성 사슬알균에 의한 급성 사구체신염 위험도 소폭 증가한다. 면역억제 환자·고령자에서는 각질이 두껍게 쌓인 피각형(크러스트) 옴이 나타나 수백만 마리의 진드기가 증식, 강한 전염원이 된다.

진단과 감별 포인트

진단은 임상 특징이 가장 중요하지만, 다음 세 검사가 확진에 도움을 준다.
1) 피부 긁개 검사(skin scraping): 터널 끝을 면도날로 살짝 긁어 KOH 10 % 도포 후 현미경에서 성충 ·난각·분변을 확인한다.
2) 잉크·다이얼 사인: 터널 부위에 수성 잉크를 찍은 뒤 알코올 솜으로 닦으면 곡선이 선명히 남는다.
3) 선형 고주파 초음파·델마토스코피: 21 MHz 초음파에서 밀집된 점상 에코가 보이거나, 델마토스코프에서 δ‑sign(갈고리 모양)을 확인한다.
아토피 ·접촉피부염·건선 ·모낭충증 등과의 감별이 필수다.

치료 원칙과 약제 사용

(1) 표준 외용 요법퍼메트린 5 % 크림을 목 아래부터 발끝까지 도포 후 814시간 뒤 씻어 내고, 7일 후 1회 재도포한다. 2개월 미만 영아·임부도 비교적 안전하다.
(2) 경구 약제이버멕틴 12 mg(0.2 mg/kg)을 Day 0, Day 7에 복용. 피각형 옴은 3
5회 투여가 권장된다.
(3) 보조 치료 — 강한 가려움엔 1세대 항히스타민, 2차 감염 시 무피페난트·퀴놀론계 항생제를 사용한다.
접촉자 일괄 치료가 재감염을 막는 최선책이며, 투약 8~12시간이 지나면 전염력이 급감해 직장·학교 복귀가 가능하다.

환경 관리와 재감염 차단

  • 리넨·속옷·양말 : 60 ℃ 이상 온수로 세탁→고온 건조 40분. 세탁이 어려우면 밀폐 봉투에 72시간 격리.
  • 매트리스·카펫 : 진공 청소 후 스팀 살균, 일광 소독 4시간.
  • 요양 시설 : 주 1회 피부 검사·위험군(신경 질환자) 격리 관찰, 표준주의+접촉주의 병행. 국내 가이드라인(질병관리청 2023)은 ‘2주 동안 신규 발진 없을 때’를 집단 종식 기준으로 제시한다.

사회·정신건강적 함의

옴은 ‘청결하지 못하다’는 낙인(stigma)이 따라붙어 환자의 심리적 고립을 부추긴다. 연구에 따르면 환자 46 %가 대인 기피·우울 척도 상승을 경험한다. 플라시보 효과를 고려한 인지‑행동 교육이 치료 만족도를 20 % 높였다는 보고가 있다. 보건 당국은 딱지‑프리 캠페인 등 정보 제공을 통해 잘못된 사회적 편견을 교정해야 한다.

글로벌 역학과 공중보건 전략

WHO는 2017년 옴을 ‘관리 가능한 열대성 피부질환(neglected tropical disease)’ 범주에 정식 등재했다. 전 세계 유병률은 2억 명 규모로 추정되며, 온난화·인구 고령화가 확산을 부추길 전망이다. 우리나라는 2024년 요양시설·장기입원 병동에서 보고되는 크러스트 옴 클러스터가 전년 대비 1.7배 늘어, 고위험 집단 선제 스크리닝·진료비 지원이 중요하다. 내성 진드기를 막기 위해 퍼메트린·이버멕틴 교차 사용 프로토콜이 권고된다.


옴은 간단한 외용 요법만으로도 완치율이 90 %를 넘는 ‘치료 가능한 감염증’이다. 그러나 진단 지연·접촉자 관리 소홀·낙인으로 인한 치료 중단이 재유행의 단초가 된다. 피부 증상+야간 소양감이 의심되면 즉시 의학적 평가와 표준 치료를 시행하고, 환경 소독·사회적 이해 확대를 병행해야 한다. 느닷없이 찾아온 작은 진드기의 괴롭힘은 우리 모두의 협력으로 충분히 종식시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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